대법원은 "먼저 개명허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해서 다시 낸 개명신청을 불허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2009. 8. 13.).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A씨가 낸 개명결정에 대한 이의 재항고심에서 개명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한 차례 개명허가결정이 있었다는 사정 등에 의해 개명을 허가할 만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 개명신청인 본인의 주관적 의사와 개명의 필요성, 개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평의 등 개인적인 측면까지도 함께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개명신청을 냈다가 '이미 17세 때 부모가 개명허가를 받아 바뀐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자 재항고했고, 대법원은 이와 같이 판시했다.
[판결전문]
대 법 원 제 3 부 결 정
사 건 2009스65 개명결정에 대한 이의
재 항 고 인 재항고인
원 심 결 정 부산지방법원 2009. 5. 8.자 2009브26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개명허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이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기능, 개명을 허가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 등 공공적 측면뿐만 아니라, 개명신청인 본인의 주관적 의사와 개명의 필요성, 개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와 편의 등 개인적인 측면까지도 함께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므로,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1. 16.자 2005스26 결정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신청인의 부모가 신청인이 미성년자이던 2004년 신청인을 대리하여 부산지방법원 가정지원 2004호파1366호로 개명허가결정을 받아 신청인의 이름을 한 차례 개명하기는 하였으나, 개명 전후의 음과 한자의 뜻까지 같은 ‘미나(美奈)’에서 ‘미나(美那)’로 개명하는 것이었고, 그 후 신청인이 성년에 이르러 그 주장과 같은 사유를 들어 다른 이름으로 개명을 허가해 달라는 취지로 이 사건 신청에 이른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신청이유에서 들고 있는 사유들에 비추어 보면 신청인의 개인적인 입장을 고려하여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미성년자 시절 신청인의 부모가 신청인을 대리하여 한 차례 개명허가결정을 받은 것에 불과하고 그 내용도 개명 전후의 음과 한자의 뜻까지 같은 것이었으며 달리 이 사건 신청을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사정도 기록상 나타나 있지 않은 점도 고려하면, 이 사건 신청을 바로 개명신청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 사건 신청에 범죄의 기도․은폐 또는 법령상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나 불순한 의도․목적이 개입되어 있는지의 여부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다른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과거 한 차례 개명허가결정이 있었다는 사정 등에 기하여 이 사건 개명을 허가할 만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 제1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개명허가의 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9. 8. 13.
재판장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안대희
주 심 대법관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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