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오행(音五行 = 소리오행, 발음오행, 음령오행)에 관하여

* 음오행(音五行 = 소리오행, 음령오행)에 관하여

  

 작명시 오행(五行)과 관련하여 중요시 하는 내용 중 하나인 음오행(音五行, 소리오행, 음령오행이라고도 함)에 관하여 살펴 본다.

 

 음오행은 한글발음에서 나오는 음파(音波)에서 오행(五行)을 추출하여 그 상생, 상극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그 판단방법에 관하여 작명가마다 적용기준, 이론이 달라 일반인으로서는 혼돈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에 관하여 정리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이번 기회에 장단점,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1. 음오행에서 "어떤 자음(子音)이 木, 火, 土, 金, 水의 오행에 해당하는가?"의 논란

 

 작명가들 사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ㄱ, ㅋ' 아음(牙音, 어금니 소리) = 木 

'ㄴ, ㄷ, ㄹ, ㅌ' 설음(舌音, 혀 소리) = 火

'ㅇ, ㅎ' 후음(喉音, 목구멍 소리) = 土

'ㅅ, ㅈ, ㅊ' 치음(齒音, 이 소리) = 金

'ㅁ, ㅂ, ㅍ' 순음(脣音, 입술 소리) = 水

  

여기서 'ㄱ,ㅋ'은 아음, 즉 어금니 소리로, 목이 열리고 닫힐 때에 나는 소리로서, 기운이 열리고 솟아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木으로 분류한다.

'ㄴ, ㄷ, ㄹ, ㅌ'은 설음, 즉 혀 소리로, 혀의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소리로, 혀의 움직임과 같이 열정적이고, 매우 적극적이며, 활동성이 강한 불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火로 분류한다.

'ㅇ, ㅎ'은 후음, 즉 목구멍의 울림에서 나는 소리로 모든 음성의 모체(母體)가 되며, 중후하고 강건하며, 신뢰, 꾸준함, 노력형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土로 분류한다.

'ㅅ, ㅈ, ㅊ'은 치음, 즉 이의 스치는 소리로, 개혁적이며, 강함, 결단력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金으로 분류한다.

'ㅁ, ㅂ, ㅍ'은 순음, 즉 입술을 통하여 나는 소리로, 깊은 마음, 지혜를 상징하며, 환경에의 적응력, 냉철 등의 특징이 있어 水로 분류한다.

 

 다만 다른 주장이 있는데, '훈민정음 해례본'을 근거로 한 주장을 말한다.

즉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입술을 통하여 나는 소리는 궁음(宮音)이며 土의 오행이고, 목구멍의 올림을 통한 소리는 후음(羽音)이며 水의 오행이라고 하고 있어 이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이론과는 木, 火, 金은 동일하고 土와 水가 뒤바뀌어 있다.

 

 과연 어떤 이론을 따를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작명가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음오행은 1750년(영조 26년) 신경준이 한자로 음운(音韻)을 나타낸 책인 '훈민정음 운해(訓民正音 韻解)'의 내용과 같으며, 다른 주장의 근거인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은 1446년(세종 28년) 신숙주 등이 편찬한 훈민정음의 해설서이다.

특히 이 주장은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의 편찬 시기가 앞서므로 이것이 맞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편찬의 시기가 빠르다고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것은 반드시 옳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훈민정음 해례본은 그 편찬시기는 앞서나, 그 내용이 음오행의 속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며, 그 구분법은 글자를 만드는데 사용한 방법으로서의 분류이어서 오늘날 음오행을 판단하는 자료로 그대로 쓰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반면 신경준이 지은 '훈민정음 운해(訓民正音 韻解)'는 운도(韻圖)를 작성하여 한자로 음운(音韻)을 나타낸 책으로서 음오행 판단의 중요한 기준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을 통하여 볼 때, '훈민정음 운해'가 오늘날 음오행(소리오행=음령오행)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헌적 근거 외에도 각각의 자음의 발음구조, 소리의 행태를 분석해보면, 'ㅁ,ㅂ,ㅍ'은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분이 섞여 발음이 되며 따라서 이것을 水의 기운으로 보는 것은 문헌의 내용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납득할만한 해석이 된다.

 그리고 'ㅇ,ㅎ'은 목구멍의 울림에 의하여 나오는 소리로서, 목구멍의 울림은 모든 소리의 모체가 되며 모든 발음의 공통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오행 중 중성적인 성격을 갖는 土로 분류함은 그 소리의 특성에도 가장 잘 맞는다.

 따라서 일반적인 이론은 그 충분한 문헌적, 발음구조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 이 이론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2. 음오행의 판단방법

  

 이름에 쓰인 발음의 오행에 관하여 작명가에 따라 여러가지 판단방법이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즉, 이름에 쓰인 발음의 초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법, 초성과 종성(받침)을 모두 고려하여 적용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초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법은 매우 간명한 장점이 있다. 초성의 상생여부만을 판단하면 쉽게 길흉의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발음에서의 음파(音波)는 초성뿐만 아니라 종성(받침으로 쓰인 자음)에도 존재하는데, 초성만으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부분이다. 특히 초성만을 기준으로 하면 상극인 오행이 종성까지 고려하면 상생으로 해석되는 경우 어떻게 보는 것이 음오행을 정확히 보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 문제된다.

 예컨대, '박동주'라는 이름인 경우, 초성만을 기준으로 하면 ㅂ-ㄷ-ㅈ의 水-火-金이 되어 전후관계 모두 상극으로 해석하게 되나, 종성을 동시에 고려하면 ㅂ-ㄱ-ㄷ-ㅇ-ㅈ의 水-木-火-土-金이 되어 전후관계가 모두 상생인 것으로 해석이 된다.

과연 어떤 해석방법이 음오행을 정확히 파악한 것인가?

  

 기본적으로 음파의 흐름은 종성(받침)에도 존재하므로 종성의 발음을 고려하는 것이 음오행을 제대로 잡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작명의 편의에 의해서 종성의 음파를 무시하고 해석한다면 부정확한 해석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동시에 고려하여야 한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고려함이 보다 정교한 방법이 되는지는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박'의 발음이라면 ㅂ의 水와 ㄱ의 木의 음파가 순차적으로 발현되는지, 아니면 동시에 발현되는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그에 따라 오행의 상생상극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이라는 발음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발음으로 발음하고 쓰여진다. 그것은 ㅂ→ㅏ→ㄱ의 순서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으나 일반적인 사용법, 듣는 소리 등을 종합하면 '박'이라는 하나의 발음으로 부르고 쓰여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박'이라는 발음에서 자음의 음파는 ㅂ의 水와 ㄱ의 木이 동시에 발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박' 다음의 한글발음의 오행은 ㅂ의 水와 상생하거나 또는 ㄱ의 木과 상생을 이루는 발음이라면 상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결국 정리하면 받침이 있는 발음은 초성과 종성이 동시에 나타나며 초성간 상생인 경우 음오행은 상생으로 해석되고, 종성과 다음 글자의 초성이 상생하는 경우에도 음오행은 상생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보는 것이 발음의 음파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음파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음오행을 잘못 해석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주의하여야 할 부분이다.

  

* 글쓴이 : 대승작명연구소 소장 '도우'